최근 가상자산 시장과 웹3(Web3)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가운 냉소와 막연한 공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내러티브와 토큰 이코노미로 포장되었던 프로젝트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자본은 이미 블록체인을 떠나 AI와 로보틱스로 향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과연 우리가 믿었던 웹3의 미래는 신기루였을까요? 아니면 거품이 걷히고 난 뒤 비로소 나타날 진짜 혁명의 전초전일까요?
1. 자체 수익 모델 없는 웹3의 한계: ‘클레바’에서 ‘티클리’로
2025년 초, 위메이드로부터 클레바(KLEVA) 프로젝트를 인수하며 제가 마주한 현실은 참혹했습니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 없이 오로지 토큰 판매와 가격 상승에만 의존하는 모델은 더 이상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토큰이 사업의 전부'인 구조는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의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뿐입니다.
저는 지난 1년간 이 근본적인 회의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매달렸고, 그 결과물이 바로 2025년 12월 런칭한 지불 금융(PayFi) 모델, ‘티클리(tikkly)’입니다.
티클리는 PayFi 기반 포인트·자산 유동화 플랫폼입니다. 사용자의 포인트·마일리지·평판 등 인비져블한 자산을 즉시 결제 가능한 스테이블 자산으로 전환합니다. 전환된 자산은 실시간으로 DeFi·RWA 상품에 연결되어 수익을 창출합니다. 또한 결제(T+0)와 금융 수익을 하나로 묶어 자본의 유휴 시간을 제거합니다. 티클리는 이 모든 흐름을 연결하는 PayFi 네트워크 인프라(Rail)입니다.
2. 숫자로 보는 위기: 얼어붙은 가상자산 VC 시장
시장의 분위기는 단순히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최근의 통계 데이터는 가상자산 벤처 캐피털(VC) 시장의 몰락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 투자 규모의 급감: 2022년 분기당 100억 달러를 상회하던 가상자산 벤처 투자는 2024~2025년을 지나며 70% 이상 급감했습니다. 특히 신규 펀드 조성(Fundraising)은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 인재와 자본의 대이동: 패러다임(Paradigm) 같은 최상위 VC 팀의 이탈과 매커니즘 캐피털(Mechanism)의 사업 방향 전환은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과거 '크립토 맥시멀리스트'라 불리던 자본가들이 이제는 블록체인을 떠나 생산성이 즉각적으로 증명되는 AI와 로보틱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3. 카일 사마니의 독설: "우리가 알던 암호화폐는 끝났다"
멀티코인 캐피털의 설립자 카일 사마니가 X(구 트위터)에 남긴 일갈은 현재 업계가 처한 앙상한 현실을 대변합니다. 그는 "50번째 DEX(탈중앙화 거래소)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착각을 멈춰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그의 비판 핵심은 명확합니다. 현재의 알트코인 시장이 사회적으로 무의미한 제품을 만들고, 초기 투자자의 엑시트(Exit) 유동성만을 위한 '자아도취적 사이퍼펑크 환상'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창업자들이 사업의 통제권을 익명의 토큰 보유자에게 맡기는 구조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그의 통찰은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프로젝트는 토큰 없이도 존재 가치가 있는가?"

4. 절망 속의 희망: 실질적 가치를 증명하는 자산들
하지만 모든 문이 닫힌 것은 아닙니다. 카일 사마니의 독설 속에서도 우리는 생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 스테이블코인과 DeFi의 회복력: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국경 없는 결제 수단으로서의 효용을 증명했습니다.
- RWA(실물자산 토큰화)의 부상: 블랙록을 비롯한 전통 금융 거물들이 뛰어든 RWA 시장은 블록체인이 '허상'이 아닌 '인프라'로서 작동할 때 얼마나 강력한 파괴력을 갖는지 보여줍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내러티브가 아닌 '실제 작동하는 유틸리티'와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겪어온 수많은 부침은 결국 쓸모없는 것들을 걸러내고 본질만 남기는 정화 과정입니다.
5. 결론: 웹3에서 '3'을 걷어내고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
이제 우리는 웹3라는 용어의 화려함 뒤에 숨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웹3의 미래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는 혁신의 끝이 아니라 '모델의 전환'입니다.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들은 이제 토큰 가격이 아닌 제품의 생산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저 또한 티클리를 통해 블록체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금융을 혁신하는 '인비저블 인프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 나갈 것입니다.
웹3의 '3'을 제거하고 웹(Web) 본연의 비즈니스 가치로 돌아가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이 잔혹한 겨울을 지나 다시 꽃피울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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