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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바우처의 미래: 독점 플랫폼을 넘어, 개방형 생태계로
토큰화된 예금, 예금 토큰, 스테이블코인: 3가지 디지털 화폐의 결정적 차이
예금토큰'과 'PBM(Programmable Money, 프로그래머블 머니) 바우처
프로그래머블 머니, 대한민국의 금융 미래를 프로그래밍하다.
지난 글에서는 디지털 화폐의 기본 개념인 '예금토큰'과, 그 위에 특정 사용 규칙을 부여한 'PBM 바우처'의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정부가 지급하는 PBM 바우처가 특정 간편결제사나 은행 앱에서만 사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독점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개방형 PBM 생태계'를 제안 드린 바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짚어보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 더 깊이 논하고자 합니다.

정부가 PBM 디지털 바우처에 주목하는 이유
먼저, 정부가 다양한 보조금을 PBM 기반의 디지털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려는 이유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목표는 단순히 자금을 분배하는 것을 넘어, 재정 효율성과 정책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의 특성을 활용하면, 보조금의 사용처와 기한을 정밀하게 통제하고 거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더 정교한 데이터 기반 정책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발행부터 정산까지의 중간 과정을 제거하여 막대한 행정 비용을 절감하고, 강력한 신원인증을 통해 부정수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PBM 디지털 바우처를 실현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접근 방식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각 방식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1. 간편결제 사업자 중심 모델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이 과제를 '최고의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할 것입니다. 이는 국가 정책 자금을 자사 플랫폼의 소비 촉진 수단으로 흡수하려는 전략적 접근이기도 합니다.
- 장점: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앱을 통해 별도의 설치 없이 정책 자금을 지급할 수 있어 정책 도달률이 극대화됩니다. 또한, 방대한 가맹점 네트워크를 즉시 활용할 수 있어 정책 효과를 단기간에 가시화하기에 유리합니다.
- 한계: 그러나 이는 국가 재정이 특정 빅테크 기업의 신용 리스크에 전이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의 소비 패턴이라는 민감한 정책 데이터가 사유화될 수 있으며, 기존 금융 시스템의 근간인 은행 및 중앙은행과의 제로섬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 집행의 '효율'은 최고일지 모르나, '국가 화폐 인프라'로서의 안정성과 공공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2. 한국은행·은행권 중심 모델 (예금토큰 직접 발행)
은행권은 이 과제를 '통화 질서의 일부'로 규정하고, 기존 계좌 기반 금융 시스템의 확장판으로 접근할 것입니다.
- 장점: 국가 금융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므로 최고 수준의 신뢰와 법적 명확성을 보장합니다. 통화 및 재정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강점입니다.
- 약점: 하지만 결정적으로 사용자 경험(UX)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국민들이 또 다른 공공 앱이나 은행 앱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은 정책 참여율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벽이 될 것입니다. 또한, 각 은행이 개별적으로 가맹점을 확보하고 정산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혁신의 속도 또한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안정성은 완벽하지만, '국민이 외면하는 정책'이 될 위험이 큽니다.
3. 제3의 해법: 개방형 디지털 바우처 플랫폼
이 모델의 본질은 "특정 플랫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쓰는 프로토콜을 공공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정부가 특정 자동차 회사를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습니다.
- 특정 앱/은행이 아니라 → 표준화된 PBM 프로토콜 + 공용 정산 레이어
- 전력망·고속도로처럼 → 누구나 연결 가능, 독점 불가
이를 4개의 계층(Layer)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정책 계층(Policy Layer): 정부와 지자체가 사용처, 기간 등 보조금의 규칙을 정의합니다.
- 발행 계층(Issuing Layer): 은행이 정부의 요청에 따라 규칙이 내장된 예금토큰(PBM)을 발행하고 소각합니다.
- 프로토콜 계층(Protocol Layer): '개방형 디지털 바우처 플랫폼 운영사(컨소시엄)'가 토큰의 표준과 정산·환불 규칙을 관장하는 중립적인 '금융 고속도로' 역할을 합니다.
- 사용자 경험 계층(UX Layer):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모든 은행 앱이 이 표준 프로토콜에 연결하여 국민에게 결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즉, 통화와 정산은 표준화하되, 사용자 경험(UX)의 혁신 경쟁은 허용하는 구조입니다.
이 개방형 모델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상생의 구조'입니다.
- 국민: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원래 쓰던 가장 편한 앱으로 정부 지원금을 '내 잔액'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 소상공인: 어떤 앱으로 결제를 받든, T+0 실시간 정산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세금 신고 등 부가적인 편의도 누릴 수 있습니다.
- 은행과 간편결제사: 각자의 강점(안정성, UX)을 살려 새로운 B2G, B2B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 정부와 한국은행: 정책 집행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특정 기업의 데이터 독점을 막고 전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감독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네이버나 은행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의 미래는, 공공 신뢰를 제공할 수 있는 주체가 중심이 된 중립적 컨소시엄이 '개방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위에서 모든 민간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혁신을 경쟁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금성 복지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고, 국가 재정의 미래를 여는 가장 합리적인 길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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