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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에 멈춘 원화 스테이블코인법, 이대로 가다간 '디지털 달러 패권'에 안마당 내준다

wisefree 2026. 7. 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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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30일(현지시간), 글로벌 결제·금융·빅테크 기업 140여 곳이 연합한 컨소시엄 '오픈 스탠다드(Open Standard)'가 새로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오픈USD(Open USD, OUSD)'의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블랙록, 코인베이스, 구글, BNY, 스탠다드차타드 등이 참여한 이번 발표는 단순한 신규 가상자산의 등장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의 주도권이 '단일 발행사'에서 '기업 연합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삼성전자, 신한금융그룹을 비롯한 국내 13개 기업이 초기 참여사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OUSD의 등장이 글로벌·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미칠 파급력과 국내 입법 공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1. 독점화된 스테이블코인 시장과 기존 모델의 한계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테더(USDT)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62%, 서클(USDC)이 약 25%를 차지하며 두 회사가 시장의 85% 이상을 양분하고 있었다. 3,000억 달러를 넘어선 시장이 사실상 두 발행사의 과점 체제로 굳어져 있었던 셈이다.

 

기존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의 가장 큰 한계는 '수익의 독식 구조'였다.

  • 유통망의 소외: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등 결제 기업들은 USDC·USDT를 자사 네트워크에 연동해 결제 볼륨을 키워왔지만, 예치금(리저브)을 미국 국채 등에 운용해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서클과 테더 같은 발행사가 독점했다.
  • 비효율적 비용: 대규모 자금 이동 시 발생하는 발행·환매 수수료와 거래 한도 역시 기업 결제 혁신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2. 오픈USD(OUSD)의 등장과 차별점

오픈USD는 이런 '발행사 중심' 구조를 정면으로 뒤집는 모델을 표방한다. 스트라이프가 2025년 11억 달러에 인수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브릿지(Bridge)'의 공동 창업자 잭 에이브럼스(Zach Abrams)가 오픈 스탠다드의 임시 CEO를 맡아 이끌고 있다.

 

비교 항목기존 모델 (USDC·USDT)오픈USD 모델 (OUSD)
운영 주체 단일 민간 발행사 중심 140여 개 기업 연합 거버넌스
발행·상환 수수료 볼륨·조건에 따라 발생 참여 기업 대상 전면 무료, 물량 한도 없음
준비금 이자 수익 발행사가 대부분 수취 소액 관리 수수료를 제외하고 참여사와 공유
핵심 타깃 크립토 네이티브·소매 중심 B2B, 기관·대규모 기업 결제 인프라

 

Open Standard 측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초기 참여사 명단에는 비자·마스터카드·아메리칸익스프레스·스트라이프·코인베이스·리플·블랙록·구글(구글클라우드)·BNY·스탠다드차타드·미즈호·DBS·BBVA·US뱅크·소파이(SoFi)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아직 어느 블록체인에서 운영될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출시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OUSD 파트너십 핵심 5대 그룹 요약

오픈USD(OUSD)의 가장 큰 특징은 가상자산 네이티브 기업 중심이 아닌, 전통 금융 인프라와 제도권 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6년 6월 30일 발표된 공식 파트너 목록(총 150개사 기준)을 분석해 보면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핵심 그룹 포함 섹터 파트너 수 비중 (%)
전통 금융·결제망 은행, 카드사, 카드 네트워크, 송금 등 74 49.3%
웹3·크립토 생태계 거래소, 블록체인 프로토콜, 지갑, DeFi 등 38 25.3%
핀테크·테크핀 핀테크 앱, 네오뱅크, 결제 게이트웨이(PSP) 등 28 18.7%
빅테크·실물 커머스 구글 등 IT 기업, 커머스 플랫폼 11 7.3%
자산운용·보험 자본시장 기관, 보험사 3 2.0%
합계 19개 섹터 전체 150 100.0%

 

  • 전통 금융(Web2)의 압도적 지배력 (점유율 약 52%):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은행·금융그룹(28.0%)’입니다. 여기에 카드 발급사(6.0%), 뱅킹 인프라(6.0%), 송금(4.0%), 카드 네트워크(2.7%) 등 전통 금융 및 결제 세일즈 섹터를 모두 합치면 전체 파트너십의 절반이 넘는 52.3%에 달합니다. 이는 OUSD가 단순한 크립토 예치 수단이 아닌, '글로벌 제도권 결제망'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 가상자산(Web3) 생태계와의 상호운용성 확보 (약 25%): 크립토 거래소(6.7%), 블록체인 프로토콜(6.7%), 크립토 결제 인프라(4.7%), DeFi(2.0%) 등이 골고루 포진해 있습니다. 전통 금융 인프라 위에서 발행되지만, 기존 가상자산 생태계 및 디파이 인프라와도 즉각적인 유동성 결합이 가능하도록 판을 짰다는 방증입니다.
  • 실물 경제(커머스 및 빅테크)의 결제 거점 확보: 구글 등 빅테크·IT(3.3%) 기업과 커머스·플랫폼(4.0%) 기업들이 초기 파트너로 합류함에 따라, OUSD는 발행 직후 전 세계 수억 명의 소비자가 사용하는 앱과 서비스의 실물 결제 수단으로 곧바로 연동될 수 있는 강력한 배후 시장을 확보했습니다.

한국 기업의 참여

Chosunbiz 등 국내 매체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총 13개 기업이 초기 참여사로 합류했다.

 

  • 테크: 삼성전자
  • 금융지주·카드: 신한금융그룹,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BC카드, NH농협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 웹3·그룹: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한화그룹

 

국내 제조·금융·핀테크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달러 동맹'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3. 미국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격변

발표 직후 미국 증시에서 서클(Circle) 주가는 급락했다. 포춘(Fortune)은 13% 하락(66달러선)으로, 코인데스크(CoinDesk)는 16~17%대 급락으로 각각 보도해 정확한 낙폭은 매체·시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시장이 즉각적인 충격으로 반응한 것은 분명하다.

 

위기 요인

  • 유통망 이탈 인센티브: 그간 USDC를 유통하던 비자·마스터카드·스트라이프·코인베이스가 OUSD 유통 시 이자 수익을 분배받게 되므로, 이탈 유인이 커졌다.
  • 기관 수요 잠식: '기관 친화적 코인'으로 자리매김했던 USDC가 BNY·스탠다드차타드·미즈호 등 대형 은행을 등에 업은 OUSD에 기관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회 요인

  • 시장 파이 확대: 코인데스크 인터뷰에서 클리어스트리트(Clear Street) 오언 라우(Owen Lau) 상무는 서클의 급락을 "과잉반응(overreaction)"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사 모델인 팍소스(Paxos)의 USDG가 2024년 말 출시 후에도 유통량 30억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어(USDC 730억 달러, USDT 1,450억 달러 대비), 컨소시엄형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채택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 코인베이스를 통한 연결고리: 서클의 핵심 파트너 코인베이스가 OUSD 컨소시엄에도 이름을 올려, 두 생태계가 완전히 단절되기보다는 경쟁과 협력이 병존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서클 CEO 제러미 알레어는 "이 공간의 지속적인 혁신과 경쟁을 환영한다"고 밝혔고, 테더 CEO 파올로 아르디노는 "웰컴 OUSD, 두 번째 선수가 게임에 등장했다"고 반응했다.

4. 한국의 현실: 입법 공전이 부를 세 가지 리스크

글로벌 시장이 민간 주도의 디지털 달러 결제망을 빠르게 구축하는 사이,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할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이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국내 언론 보도를 보면 올해 5월에도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안건에서 관련 법안이 빠지며 상반기 논의가 사실상 무산됐고, "은행만 발행하게 할 것인가 핀테크도 허용할 것인가", "감독권을 금융위가 가질 것인가 한국은행이 가질 것인가"를 둘러싼 부처·업계 간 이견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입법 지체는 다음 세 가지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① 국내 인프라의 공백화: 삼성전자·신한금융 등이 해외 달러 스테이블코인 동맹에는 참여했지만, 국내법 미비로 정작 국내에서는 관련 결제·송금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없는 '국내 공백'이 심화될 수 있다.

 

② 원화의 디지털 영토 상실: 발행 주체·감독권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사이, 국내 결제 시장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잠식당하고 원화 기반 디지털 자산의 존재감이 희석될 위험이 있다.

 

③ 산업 불확실성 장기화: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국내 거래소·핀테크 기업들이 신규 사업(RWA 등) 투자 결정을 미루는 '눈치 보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참고해야 할 지점

OUSD 모델의 핵심은 '누가 발행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참여하고, 수익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있다. 은행이냐 핀테크냐를 놓고 발행 주체 확정에만 몰두하는 국내 논의와 달리, OUSD는 은행·카드사·빅테크·핀테크가 모두 참여자로 들어와 있고, 이들이 함께 거버넌스를 구성하며 이자 수익을 나눠 갖는 '공동 소유' 구조를 택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특정 업권에 발행권을 독점시키는 방식보다, 은행·카드사·빅테크·가상자산 업계가 모두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컨소시엄형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는 아직 국내에서 공식 논의되지 않은 하나의 정책 방향성 제안이며, 실제 입법 과정에서는 신용 리스크 관리, 감독 책임 소재 등 별도의 제도적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5. 엎친 데 덮친 격: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더한 이중고

원화 스테이블코인법 자체가 표류하는 사이,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이동을 규율하는 외국환거래법은 오히려 먼저 개정돼 규제가 강화됐다. 이는 OUSD 같은 해외발 컨소시엄형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한 시점과 맞물려, 국내 사업자에게 새로운 혼란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이 바뀌었나

국회는 2026년 5월 7일 본회의에서 「외국환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했다.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며, 공포 시점에 따라 빠르면 올해 11월 시행이 예상된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 '가상자산이전업무' 개념 신설 및 등록의무 도입: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을 매도·매수·교환하는 방식 등으로 대한민국과 외국 간에 이전하는 업무를 하려면, 재정경제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등록 요건은 ①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②한국은행과의 전산망 연결, ③시설·전문인력 등 추가 요건 충족이다. 등록 없이 영업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 벌금(위반 목적물 가액이 클 경우 그 3배까지)에 처해질 수 있다.
  • '해외지급결제업' 신설: 기존 환전업·소액해외송금업·기타전문외국환업이 '일반환전업'과 '해외지급결제업'(전자적 방법으로 국경 간 지급·수령·결제 및 외국통화 매매를 하는 업)으로 재편됐다. 전자적 방식의 스테이블코인 결제·송금 서비스는 대부분 이 범주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 규제 범위가 넓다: 가상자산의 직접적인 매도·매수·교환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는 거래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돼,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한 결제·송금 구조는 예상보다 폭넓게 적용받을 수 있다.

왜 사업자에게 부담이 되나

  1. 이중 등록 구조: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와 별개로, 외국환거래법상 가상자산이전업 등록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2. 한국은행 전산망 연계 의무: 기술적·행정적 부담이 상당해, 소규모 핀테크보다 대형 금융기관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3. 하위법령 미확정: 등록 세부요건과 규제 범위의 상당 부분이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어, 시행령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사업 모델이 규제 대상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국회도 심사 과정에서 '이전'이라는 용어가 광의(매매·교환·보관·중개 포함)와 협의(가상자산 전송 한정)로 혼재돼 쓰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비를 주문했다.

OUSD 등장과 겹치며 발생하는 정책 비대칭

 

결국 세 가지 규제·산업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영역현황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율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발행 주체·감독권 다툼으로 표류 중
가상자산의 국경 간 이전 규율 (외국환거래법 개정) 등록제·해외지급결제업 신설로 선제적으로 강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OUSD 등) 참여만 하면 무료 발행·환매, 수익 공유까지 가능한 모델이 이미 실전 단계

"무엇을 발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국내 법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가상자산을 국경 간에 이전하려면 어떻게 등록해야 하는가"에 대한 규제는 먼저 도입된 비대칭적 상황인 셈이다. 국내 기업이 OUSD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결제·송금 목적으로 연결하려 해도, 등록의무·전산망 연계·라이선스 재정비라는 절차를 먼저 통과해야 해 사업 설계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물론, 이 개정을 순수한 규제 강화로만 볼 것은 아니다.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가상자산의 국경 간 이동을 처음으로 제도권에 편입시킨 조치이기도 해서, 장기적으로는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업자에게 법적 안정성을 부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하위법령이 정비되기 전까지의 과도기 동안, 원화 스테이블코인법 공백과 맞물려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6. 마치는 말

오픈USD의 출범은 스테이블코인이 '크립토 투자 수단'에서 '기업용 결제 표준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들이 초기 참여사로 이름을 올린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내 제도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와 국회가 스테이블코인 입법을 계속 미룬다면, 한국은 거대한 디지털 달러 결제망에 안마당을 내어주는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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