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2026년 5월 중순)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핵심 법안인 CLARITY(명확성 법안)가 15 대 9로 통과되며 입법의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뉴스를 보면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관할권 분쟁에만 시선이 쏠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수면 위의 파도일 뿐입니다.
우리가 진정 주목해야 할 심해의 해류는 2025년 제정된 GENIUS Act(혁신 및 고용을 위한 국가 유망 경제 보장법)와 이번 CLARITY 법안이 맞물려 만들어낼 '온체인 금융 수익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입니다. 쉽게 말해, 블록체인 위에서 돈을 버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1.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한 국가 전략: 스콧 베센트의 큰 그림
이 거대한 변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매크로(거시경제) 관점을 짚어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스테이블코인(달러와 가치가 연동된 암호화폐) 제도를 강력히 밀어붙인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미국 국가 부채 문제 해결'이라는 절박한 목표 때문입니다.
베센트 장관은 "스테이블코인이 2030년까지 최대 3조7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회사는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고객의 자금으로 '미국 단기 국채'를 매입해야 합니다. 즉, 전 세계의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몰려들수록 미 국채를 매입해주는 든든한 '고정 수요'가 생기는 셈입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국채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엄청난 기회입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조차 스테이블코인을 견제하면서도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것이 글로벌 유동성을 미 국채로 흡수해 '달러 패권'을 굳건히 하려는 국가적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 [핵심 요약] 제도 변화 한눈에 보기
| 항목 | GENIUS Act | CLARITY 협상 쟁점 |
| 핵심 목적 |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사용자 보호, 금융안정 리스크 완화 |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정비, SEC·CFTC 관할 명확화 |
| 스테이블코인 이자 | 발행사의 직접 이자 지급 금지 | “보유만으로 받는” 보상까지 막을지, 활동형 보상은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핵심 쟁점 |
| 준비금 | 최소 1 대 1 준비금, 현금·예금·단기 국채 등 유동성 자산 중심 | CLARITY 자체보다 후속 시장 구조 규율과의 정합성이 중요 |
| 정책 논리 | 결제 수단으로 육성, 예금 대체재로의 급격한 전이 억제 | 예금형 패시브 수익과 활동형 보상의 경계 설정 |
2. 패시브 이자의 종말: "가만히 둔다고 이자를 주지 않습니다"
GENIUS Act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고객에게 직접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한 것입니다. 전통 은행들의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암호화폐 시장에는 거대한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과거에는 지갑에 달러 연동 코인을 넣어두기만 해도 상당한 무위험 수익(패시브 이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의 지적처럼 코인베이스나 크라켄 같은 대형 거래소들이 자체 자금을 투입하며 고객에게 연 4~5.5%의 '보상금(리워드)'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이자를 제공하는 것처럼 포장한 과도기적 '편법'일 뿐입니다. 언제 규제 제재를 받을지 모르는 불안한 마케팅 비용 경쟁이죠.
제도 변화의 파장을 이해하려면 스테이블코인 시장 자체가 이미 충분히 성장했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잔액은 2020년 약 250억 달러에서 2025년 말 약 2,80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를 2030년 3조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EY 조사에서는 현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기업은 13%에 불과하지만 비사용 기업의 절반 이상이 향후 6~12개월 내 도입을 예상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은행권의 우려는 상당히 큰 규모를 전제로 제기됩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 상업은행 예금이 18조 달러를 넘는다고 설명했고, Independent Community Bankers of America는 스테이블코인이 이자를 지급할 경우 예금 1조3천억 달러와 대출 8,500억 달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갤럭시 디지털이 인용한 백악관 CEA 분석은 전면적인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가 은행 대출을 21억 달러, 전체 대출의 0.02% 증가시키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해, 은행권의 위기론과는 거리가 있는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이 수치들은 한 가지를 보여줍니다.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허용 여부" 그 자체보다도, 거대한 달러 유동성이 어떤 구조로 이동할지에 관한 경쟁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이자를 받지 못하는 수조 달러의 막대한 자금은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수익처를 찾아 대이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 [핵심 요약] 규제 전후, 온체인 금융은 어떻게 달라지나?
| 구분 | 과거 (규제 정립 이전) | 향후 (달러 인터넷 시대) |
| 핵심 자산 | 이자를 주는 스테이블코인 | 이자 없는 스테이블코인 + 이자를 창출하는 DeFi / RWA |
| 수익 방식 | 지갑에 보관만 해도 수익 창출 (패시브) | 온체인 대출 및 자산 운용을 통한 수익 창출 (액티브) |
| 주요 무대 | 코인 발행사, 중앙화 거래소 (CEX) | 온체인 프로토콜(스마트 컨트랙트), 기관 수탁사 |
3. 자금의 대이동: 어떤 탈중앙화 금융(DeFi)이 부각될 것인가?
이자를 제공하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단순한 '결제 및 가치 저장 수단(달러 인터넷)'으로 성격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수익을 원하는 막대한 자금은 구체적으로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게 될까요?
🔄 [흐름도] 달러 인터넷 시대의 자금 대이동 경로
전통 은행 예금 (기존 이자 수익원)
↓
스테이블코인 유입 (GENIUS 법안으로 발행사 이자 지급 금지)
↓
중앙화 거래소(CEX) 체류 (현재 과도기적 리워드 지급, 규제 압박 증가)
↓
최종 목적지: 온체인 구조화 금융 (DeFi & RWA) (투명하고 합법적인 액티브 수익 창출)
위 흐름도에서 보듯 자금의 최종 도착지는 온체인 상의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모든 DeFi가 살아남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코인을 맡기고 정체불명의 자체 토큰으로 이자를 지급하던 1세대 DeFi를 넘어, '구조화된 온체인 크레딧(On-chain Credit)' 역량을 갖춘 프로토콜들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모포(Morpho)나 스카이(Sky, 구 메이커다오)와 같은 플랫폼들이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예치와 대출을 넘어, 전통 금융권 수준의 정교한 담보 가치 평가, 기관 등급의 RWA(실물 연계 자산) 연동, 그리고 리스크에 따른 차등 금리 모델을 제공합니다. 수십, 수백 조원의 대규모 자본을 수용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온체인 은행'의 역할을 이들이 담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 [핵심 요약] 어떤 DeFi가 상대적으로 부각될까
| 카테고리 | 대표 서비스 | 제도 변화 이후 의미 |
| 고정금리·수익 분리 | Pendle | 보유 이자가 아니라 만기와 수익을 분리한 구조형 금리 시장으로 해석 가능 |
| 커스텀 대출 시장 | Morpho | 담보·청산·리스크 파라미터를 세밀하게 조정해 기관형 온체인 대출에 적합 |
| 온체인 머니마켓 | Sky |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자산이자 생산적 담보로 전환하는 허브 역할 |
| 기관 크레딧 | Maple | 차입자와 풀 구조가 비교적 명확한 온체인 신용중개 모델 |
| 스테이블코인 FX 마켓 | 수호아이오의 EZYS | 스테이블코인간 실시간 교환시 유동성풀에 스테이블코인 제공하고 이자 지급 |
| RWA 발행 레이어 | Centrifuge | 실물자산 수익을 온체인으로 이전해 스테이블코인을 투자 진입 자산으로 활용 |
4. 왜 굳이 블록체인인가? '스마트 컨트랙트'가 만드는 투명한 신용
여기서 일반 독자분들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복잡한 금융이라면, 그냥 안전한 은행을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왜 굳이 블록체인에서 해야 할까요?"
정답은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투명성'과 '자동화'에 있습니다. 은행이라는 중개자(Middleman) 대신, 코드로 작성된 '스마트 컨트랙트'가 24시간 쉬지 않고 대출과 이자 지급, 위험 관리를 자동으로 실행합니다.
누가 얼마의 담보를 맡겼고 자금 상태가 얼마나 건전한지 누구나 블록체인 장부를 통해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밀실에서 소수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던 전통적인 금융이, 전 세계 누구나 참여하고 검증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금융으로 혁신되는 것입니다.
5. 기관 자본의 진입 장벽을 푸는 SAB 121 폐지
이러한 혁신에 폭발력을 더하는 것이 이번 CLARITY 법안에 포함된 'SAB 121 회계지침의 폐지'입니다.
그동안 SAB 121은 은행이 고객의 암호화폐를 대신 보관(수탁)할 때 막대한 자본을 쌓도록 강제하는 규정이었습니다. 사실상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기관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이었죠. 이 제약이 해소되면서 전통 은행과 기관 투자자들의 막대한 자본이 합법적으로 온체인 금융으로 유입될 수 있는 통로가 열렸습니다. 기관의 자본과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결합되면, 암호화폐 시장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거대한 유동성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6. 한국 웹3 및 핀테크 산업을 위한 제언
미국 발 '달러 인터넷'의 재편은 한국 블록체인 산업에도 중요한 과제를 제시합니다.
첫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현재 해외를 모방하고 있는 단순한 '보상금 지급(리워드) 마케팅'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이자 지급을 금지하는 글로벌 규제 기조가 확산될 경우, 언제든 규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코인을 '발행하고 상장하는 것'에만 집중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신뢰 기반의 자산 운용(Asset Management)'으로 비즈니스의 핵심을 전환해야 합니다. 기관 자금이 유입될 RWA 시장에 대비하여, 우량한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블록체인 위에서 안전하게 구조화할 수 있는 핀테크 역량을 시급히 강화해야 합니다.
필자가 저서 『코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듯이,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단순한 암호화폐의 한 종류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의 새로운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국의 최근 규제 움직임 역시 암호화폐 시장을 옥죄려는 것이 아닙니다. 온체인 금융을 어둠 속에서 끌어내어 제도권의 밝은 무대로 올리는 거대한 청사진입니다. 우리는 표면적인 뉴스에 가려져, 밀려오는 '구조화 온체인 금융'이라는 진짜 흐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필자 소개] 블록체인·핀테크 전문가. 최근 저서 『코어 스테이블코인』을 출간하여 스테이블코인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넥스트 핀테크 비즈니스의 생존 전략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규제와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대중과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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