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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토큰 증권'이라는 덫 — 한국 STO는 왜 글로벌 RWA 혁명에서 뒤처지는가

wisefree 2026. 5. 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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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을 증권 규율 안에 가두는 순간, 혁신은 사라진다

 

이름이 보여주는 모든 것

'증권 토큰(Security Token)'과 '토큰 증권(Token Securities)'. 

 

단어 순서 하나가 달라 보이지만, 안에 담긴 철학의 간극은 크다. 전자는 블록체인 위에 증권을 얹는 개념이다. 후자는 증권 체계 안에 토큰을 담겠다는 구조다. 한국 금융당국이 공식 용어로 '토큰 증권'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존 증권 규율 아래 두겠다는 정책 의지를 명확히 반영한 선택이다.

선택의 대가는 분명하다. 시장은 미술품 조각 투자, 부동산 소액 지분이른바 '조각 투자' 영역에 묶였다. 글로벌 RWA(Real World Asset) 시장이 토큰화 국채와 자산을 DeFi 프로토콜과 연동시켜 담보·레버리지·유동성 공급의 금융 인프라로 기능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한국 STO 규제 준수와 제한적 2 거래의 좁은 울타리에 머물면서, 블록체인이 본래 제공할 있는 네트워크 효과를 스스로 포기했다.



갈라파고스 블록체인 위의 고립된 섬

문제는 용어 선택에 그치지 않는다. 발행 인프라 자체가 국내 폐쇄형(프라이빗·허가형) 블록체인으로 한정돼 있다.

현재 글로벌 RWA 혁신은 대부분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일어난다. 폐쇄형 블록체인 기반의 국내 STO 인프라는 기존 폐쇄적인 증권 시스템과 기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히 기록 매체만 바꾼 셈이다. 세계 최대 증권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RWA 흐름이 개방성과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동안, 한국은 정반대 방향을 선택했다.

구조적 문제는 근본적이다. 한국의 토큰증권 인프라는 증권사(고객계좌부) 한국예탁결제원(전자등록기관) 역할을 나누는 '2티어(복층) 구조' 블록체인에 강제 적용하고 있다. 구조의 모순은 명확하다. 에탁원이 모든 노드에 의무적으로 참여해 사후 수량 대사를 수행하는 순간, 블록체인 본래의 자기검증 메커니즘은 무력화된다. 중앙화된 승인 게이트웨이가 살아있는 시스템은 블록체인이 아니라, 기존 증권 결제 시스템의 디지털 복사본이다. 글로벌 자산과의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은 처음부터 설계 밖의 이야기가 된다.

독일은 이미 단층(1티어) 장부를 법제화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수용해 지멘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수백억 규모 디지털 채권을 발행 중이다. 일본 역시 퍼블릭 체인을 활용해 해외 투자자 유입을 이끌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퍼블릭 블록체인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중함이 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스콤은 LG CNS 발행 플랫폼을 구축하고, 한국예탁결제원과 테스트베드 심증을 인허하며, 교보증권을 포함해 9 증권사로 공동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코스콤이 거래소·에탁원과 연계된 준공공 기관임을 감안하면, 발행 플랫폼은 사실상 () 주도 독점 구조로 설계된 것이다. 경쟁이 없는 곳에서 혁신은 자라지 않는다.

 

예비인가 두 곳, 독점의 또 다른 얼굴

유통 인프라도 다르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2026 2 13 NXT컨소시엄과 KDX, 곳에만 예비인가를 부여했다. 외형상 복수 인가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신규 지정 업체에 의한 과점 구조다. 발행과 유통을 분리한 원칙에 따라 스타트업들은 하나를 선택해야만 시장에 남을 있다.

인가 과정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KDX 컨소시엄은 무의결권 종류주식을 활용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적용선을 형식적으로 피하면서 실질 지배력(31.4%) 유지하는 구조를 설계했고, NXT 컨소시엄도 10% 기준을 0.02% 밑도는 지분율을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뉴스토마토, 2026-02-12).

0.02% 차이로 대주주 요건을 우회하는 구조를 당국이 인가했다는 사실은, 심사 기준이 이미 형식으로 전락했음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금융 규제의 핵심 안전장치가 지분율 차이로 무력화된다면, 이후 어떤 건전성 기준도 동일한 방식으로 설계될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심각한 것은 생태계 공정성의 문제다. 수년간 조각 투자 시장을 개척하며 실증 데이터를 쌓아온 스타트업이 NXT컨소시엄과 비밀유지약정(NDA) 체결 기밀 자료를 공유했으나, 해당 컨소시엄이 경쟁 사업에 나섰다는 기술탈취 의혹이 제기됐다(아시아투데이, 2026-04-02).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이는 단순한 인가 절차의 흠결이 아니다. 퍼스트펭귄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구조먼저 도전한 자가 오히려 손해를 입는 시스템 한국 핀테크 생태계 전반의 도전 의지를 잠식한다. KDX NXT 모두 금융위 출신 인사가 경영진에 포진해 있다는 점도 구조적 우려를 더한다.



글로벌 RWA와 벌어지는 격차

세계는 전혀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RWA 시장은 2025 1 55 달러에서 2026 2 360 달러( 50 ) 1 4 이상 팽창했다. 2030년에는 10 달러( 1 4천조 )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BlackRock BUIDL 펀드, Ondo Finance 토큰화 국채, Franklin Templeton 온체인 머니마켓 자산들은 모두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DeFi 프로토콜과 연동해 담보로 순환하며 새로운 금융 레이어를 형성한다. Ondo Finance 2026 3 잠금 가치(TVL) 21 달러를 돌파했다.

이미 글로벌 RWA 시장은 채권을 넘어 상장·비상장 주식, 원자재까지 다양한 자산의 토큰화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기존 주식 시장 구조를 블록체인으로 미러링하는 수준에 머무는 한국 STO 흐름과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양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제공되지 못하는 시장은 투자자와 기관 모두에게 외면받는다. 2027 2 제도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한국 STO 글로벌 시장과 접점을 만들 구조는,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가두는 규제에서 연결하는 규제로

한국 STO '디지털 갈라파고스' 피하려면 최소한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

첫째, 발행 인프라의 개방성이다. 폐쇄형 2티어 구조를 폐기하고, 독일 eWpG 모델처럼 1티어 분산등록부를 법제화해야 한다. 퍼블릭·하이브리드 블록체인을 허용하되, 스마트 컨트랙트 다중서명을 통한 규제적 통제는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 규제의 기준은 '누가 운영하느냐(기관)' 아니라 '어떤 기능과 리스크를 담느냐'여야 한다. 기능 중심 규제로의 전환 없이는 어떤 인프라 개선도 반쪽짜리에 그친다.

둘째, 유통 플랫폼의 경쟁 구조다. 예비인가로 사실상 과점화된 유통 시장은 장기적으로 수수료 인상과 서비스 정체를 불러올 것이다. 금융위도 향후 추가 인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말이 아닌 제도적 약속이 필요하다.

셋째, 초기 개척자 보호 장치다. 규제 샌드박스의 본래 취지는 '퍼스트펭귄 보호'. 4년간 시장을 실증한 스타트업이 인가 과정에서 들러리가 되는 구조는 방치돼서는 된다. 혁신의 비용을 민간이 지고, 과실을 기존 기관이 가져가는 구조가 반복된다면한국 금융 혁신의 다음 주자는 처음부터 도전을 포기할 것이다.

 

블록체인의 가치는 연결과 개방에 있다. '토큰 증권'이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기존 체계 안에 가두는 , 한국 STO 혁신의 언어를 빌린 규제의 산물에 머물 것이다. 글로벌 RWA 시장이 1 원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한국이 선택할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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