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4월 강의를 준비하며 국내 STO 시장을 다시 살펴보았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고, 법제화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었다. 결국 "국내 STO 시장의 승자는 코스콤뿐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코스콤은 한국거래소가 76.6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지배 주주다. 여기에 한국예탁결제원 4.34%, 한국증권금융 3.64%, 그리고 14개 증권사가 13.4%를 보유하고 있다. 코스콤 측은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이 아니므로 자신들도 일반 주식회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코스콤은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과 함께 '4대 증권 유관기관'으로 분류된다(위키). 이 정도면 더 이상 일반 기업이라 볼 수 없다.
STO 시장, 코스콤의 플랫폼 독점 구조
STO 관련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증권사들의 투자와 관심은 점점 식어가고 있다. STO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시장이 형성되지 않다 보니 매출도 없고, 투자 유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코스콤은 증권업계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큰증권 발행·유통 플랫폼'을 추진 중이다. 얼핏 보면 증권사들이 저렴하게 공용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이것이 유관기관이 할 일인가? 법제화도 되지 않은 시장을 미리 독점하는 것이 맞는가?
윤창현 코스콤 사장 “STO사업 직접 챙기겠다” - 매일경제
STO(토큰증권) 생태계 확장 선도할 것 ATS와 파생야간거래 앞두고 안정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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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기관 입장에서 STO는 뜨거운 감자다. STO를 미래 사업으로 보고 일찍 투자한 곳들은 매출이 없어 추가 투자가 어렵다. 반면, 새롭게 진출하려는 곳은 시장성이 불투명해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형식적으로만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콤 같은 특수한 위치의 회사가 저렴한 가격에 공통 플랫폼을 제공하면 대부분의 증권사가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리스크를 줄이고, 대세를 따르는 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STO 시장이 활성화되기보다는 코스콤과 그 플랫폼의 개발·유지보수를 맡은 대기업 SI 업체들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블록체인? 차라리 DBMS가 낫다
또한, 특정 기업이 관리하는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을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 블록체인은 투명성과 탈중앙화를 통한 신뢰성을 핵심 가치로 하지만, 이처럼 중앙화된 방식이라면 차라리 DBMS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STO 토큰이 해외 블록체인 기반 STO 토큰과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가능하다고 해도 비용이 상당히 발생하며, 그 부담은 결국 STO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떠안아야 한다.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애초에 블록체인을 사용할 필요조차 없는 구조에서 억지로 블록체인을 도입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든 관련 부처
- 법률 제정을 미루고 있는 국회
- 그 사이 STO 기술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게 된 코스콤
이런 상황에서 국내 STO 시장이 디지털 자산 산업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많은 증권사와 은행들이 STO 시장이 자리 잡으면 가상자산 거래소의 토큰들을 증권으로 가져올 수 있을 거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방식의 STO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을 위해 더 낫다.
해결책은?
대안은 간단하다. 2024년 12월에 발효된 EU의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처럼 RWA(실물자산 토큰화) 규제를 명확히 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다. 시장을 억지로 틀에 맞추기보다, 글로벌 기준에 맞춘 현실적인 규제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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