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운좋케도 ”소프트웨어 아키텍쳐"에 대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Software Architecture in Practice”라는 책을 집필한 Rick Kazman 이 직접 발표를 하기 때문에 다른 일을 제쳐두고 강의에 참가 하였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번 강의를 통해 S/W 아키텍쳐에 대한 기존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쇼셜 네트웍, 오픈 소스, 서비스 지향 개발 등 최근의 사회적, 기술적 트렌드가 소프트웨어 아키텍쳐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급격한 변화속에서도 변화 주체들이 공통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하나의 흐름이 있는 것 같다. 바로 플랫폼이다. 각 분야에서 주체들은 플랫폼을 만들고 그 플랫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이란 과연 무엇일까? 위키에 보면 플랫폼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작동될 수 있게 해주는 일련의 소프트웨어 프레임웍이나 하드웨어 아키텍쳐를 말함( In computing, a platform describes some sort of hardware architecture or software framework that allows software to run. )
아마 서버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바 플랫폼이나 닷넷 플랫폼 등 개발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들었을 것이고, 모바일 개발자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아이폰 플랫폼, 나아가 바다 플랫폼 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또한 기획이나 경영진 , 특히 모바일 기획자의 경우 구글의 구글 마켓 , 노키아의 OVI , 애플의 애플스토아 같은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에 대해 한마디씩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이처럼 수많은 분야에서 수많은 변화 주체들이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러한 플랫폼을 이해하고 구축하기 위한 기본은 무엇일까? 바로 플랫폼적 사고가 아닐까 싶다.
플랫폼적 사고에 대한 키워드를 찾아보니 켈로드 대학의 Mohanbir Sawhney 교수가 플랫폼적 사고란 비용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한 전략의 핵심이 바로 플랫폼적 사고다 라고 정의한 바 있다 ( Sawhney, Mohanbir S. (1998), “Leveraged High-Variety Strategies: From Portfolio Thinking to Platform Thinking”, Journal of the Academy of Marketing Science, Vol. 26, No. 1, 54-61. ).
좀 더 풀어서 이해해 보면 플랫폼적 사고란 한 기업의 보유한 모든 것 ( 제품 , 브랜드 , 시장 , 고객 , 경쟁자 등)에서 공통 분모를 찾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모든 제품들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내는 것을 말한다. 가령, 기존의 다양한 전자 제품을 만들어 팔던 A사가 자신의 공통 분모로 모든 전자 제품을 언제 어디서나 접근하여 조작할 수 있는 것에 두고 이를 통해 모든 제품을 묶어 내는 것을 플랫폼적 사고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적 사고에 기반하여 개발되는 모든 제품은 하나의 일관된 전략으로 수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보다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다. 또한 이들 제품은 하나의 일관적 마케팅과 영업 전략하에 판매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러한 것을 가장 잘 수행한 업체가 바로 애플이고 구글이다. 애플은 “Think Different” 라는 광고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플랫폼적 사고를 바탕으로 애플스토어와 아이튠, 아이팟, 아이폰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플랫폼을 구축하여 MP3와 스마트폰 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애플이 만든 제품은 다르다. 그 제품은 모두 애플 플랫폼에 연동되어 보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애플 사용자가 애플 제품을 계속해서 구매하는 원인중의 하나이다.
구글은 “모든 데이타는 구글에” 라는 플랫폼적 사고에 기반하여 Open API를 기반으로 한 웹 플랫폼을 만들었고 이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전략을 바탕으로 애플은 애플 TV를 비롯해 신규 IT 가전 시장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고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해 기존의 웹 플랫폼을 다양한 시장으로 넓혀가고 있다.
과거 필자가 몸담고 있던 웹 오피스 개발 업체인 씽크프리에서도 자바 오피스와 웹이라는 공통 분모를 기반으로 하여 ”Any where,Any time access”라는 플랫폼적 사고를 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웹과 데스크탑, 모바일이 하나로 통합된 통합 오피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오픈 API를 통해 다양한 생태계에 접목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그 결과 다양한 웹2.0 업체들과의 제휴들을 통해 사업 기회를 늘릴 수가 있었다. 실제 , 네이버 메일에서 오피스 첨부 문서는 씽크프리의 오픈 API를 사용하여 실시간에 HTML로 변환하여 MS오피스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도 문서를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현재에는 다른 서비스로 교체되었다.
플랫폼적 사고를 다른 분야로 확장해 보자. 필자가 현재 가장 관심을 두는 있는 분야는 자동차이다. 왜냐하면 자동차는 스마트폰 만큼이나 사용자에게는 떨어질 수 없는 휴대용 장치이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서는 휴대용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분야의 경우에도 서비스 플랫폼은 아주 중요한 경쟁 요소이다.
초기 자동차 산업이 기계 장치 산업의 대표주자 였을 시기에는 자동차의 생산 라인과 프로세스를 표준화하여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였다. 이를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 지고 , 보다 저렴한 가격에 자동차를 공급하여 대중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 자동차가 단순 기계 장치 산업의 결과물이 아니라 복잡한 전자 제어 장치와 이를 운영하기 위한 운영 소프트웨어로 구성되는 첨단 결과물로 거듭난 현재에는 새로운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게 되었다. 자동차는 사용자를 위한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음악,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컨텐트를 소비하는 공간이자 다른 사람과의 쇼셜 네트웍과 메세징 교환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동차에는 이러한 컨텐트 및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게임 등의 어플리케이션을 공급하고 소비하기 위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을 가장 앞서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는 포드사이다. 포드는 마이크로소트사와 싱크(Sync)라는 서비스를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다. 싱크 서비스는 마이크로소스트 오토 라는 임베디드 윈도우 OS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로서 음성 인식, MP3 검색 등 각종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포트는 싱크 앱링크(SYNC AppLink) 라는 싱크의 업그레이드된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2011년 부터 전 차종에 공급할 예정이다. 싱크 앱링크는 기존 싱크 기능외에 음성 인식이나 운전대의 조작 장치를 통해 안드로이드와 블랙베드 같은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자동차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 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언제든지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포드는 싱크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디벨로퍼 네트웍 이라는 개발자를 위한 사이트를 통해 싱크 API를 제공함으로써 싱크 API를 사용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하고 이를 기존의 앱스토아를 통해 확산시키길 장려하고 있다.
만일 싱크 API 뿐만 아니라 자동차 자체에 대한 API를 제공한다면 더욱 창조적인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자동차의 엔진 및 냉각수 등 내부 상태를 알 수 있는 센서 API를 제공한다면 원격지에서도 해당 자동차의 상태를 조회하고 조정할 수 있는 AP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플랫폼적 사고와 이를 기반으로 한 수행(doing)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이 플랫폼과 무관하게 진행된다면 비극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를 낳지 않기 위해서는 플랫폼적 사고에 의한 전략과 수행능력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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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ZDNet 컬럼에 기고한 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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